공감있는 시.글

踏雪(답설)

숙암(宿岩) 2024. 11. 13. 11:41

踏雪夜中去(답설야중거) :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  함부로 걷지 마라.

今日我行蹟(금일아행적)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답설)

흰 눈 밟으며 들 가운데를 갈 때

함부로 어지러운 걸음을 하지 말라.

오늘 내 발자취는

뒤에 올 사람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시는 서산대사(1520-1604)의 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백범 김구 선생도 좌우명으로 애송한 시라 합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쓰신 글에도 서산대사의 시로 나와 있고

지은이를 서산대사로 명시하고 이 시를 새겨놓은 빗돌도 있어서

예전부터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서산대사의 글 모음집인 청허당집(淸虛堂集)에

이 시가 실려 있지 않아서 작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1985년에 북한 문예출판사에서 발간한 <한시집> 안에도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책에는 제목은 야설(野雪),

지은이는 임연 이양연(李亮淵)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문학자 안대희 교수는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과

1917년에 장지연이 편찬한 '대동시선(大東詩選)' 등에 이 시가

순조 때 활동한 시인 이양연(1771 영조 47~1853 철종 4)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고 했습니다. (임연당별집;서울대규장각소장 필사본)

 

대동시선(大東詩選) 8권 30장에 나와 있는

이 시는 제목이 '穿雪(천설)'로 되어 있고

내용 중 '답(踏)'자가 '천(穿)'자로, '일(日) 자가 '조(朝)'자로 되어 있는 것

두 글자가 다를 뿐 의미는 똑같습니다.

북한에서 발간한 한시집에도 이 두 글자는 대동시선과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정각으로 발그림 속에 踏(밟을 답) 雪(눈 설) 이란 글을 새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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