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있는 시.글

몽석(이구락)님 시집

숙암(宿岩) 2021. 12. 29. 12:42

돌의 시간

 

돌은 사물이 아니라 시간이다 돌을 길러 본 이는 한

겹씩 시간을 벗겨 내는 인고의 맛 아느니, 돌에 물 주고

돌에 햇빛 쬐이고 돌에 바람 쐬이다 보면 어느 순간 돌

은 속살을 드러낸다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고 한두 해가

아니고 일이십 년이 아닐 수도 있다 깊은 골짜기 모암에

서 떨어져 나와, 수십억 년 물과 바람에 씻기고 다시 흙

속에 묻혀 군살 털어내고 다시 흙 밖으로 나와 물길 따

라 뒹굴며 흐르는 동안, 돌은 누가 불러내 해독해 줄 때

까지 겹겹의 무늬로 온몸 감싼다 그 무늬 속 나이테 따

라가다 보면 억 년 전 불의 제단과 만 년 전 얼음궁전과

천 년 전 먼 우레의 들판이 바람벽처럼 우우우 일어서서

삼 년 홍수와 칠 년 가뭄까지 불러낸다 오늘 돌 앞에 서

서 우러러 경배하는 나의 아침이 아, 천길 물속처럼 고

요하다

                         몽석 - 이구락 -

2021년 12월 23일 보내주신 시집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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