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진 : 석제 : 병아리를 문 강아지. 13x10x8 2009,01,31 남한강 영춘
아랫사진 : 숙암님의 애완견
돌과돌과의 인연 그리고······.
오랜만에 영춘엘 다녀왔습니다. 일월에는 바쁜 나날을 보냈던 탓에 나가지 못하여서 이제나 저제나 돌밭에 나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지난주 내린 눈으로 돌밭이 덮여 있고 아직은 추워서 꽁꽁 얼었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잠시 짬이나니 이때다 싶었지요.
떠나기 전 아버지도 의례의 그 말씀
“오늘은 그저 구경만 한다고 생각하고 가자” 라고 하십니다.
이른 새벽길을 떠나 영춘으로 향하는 34번 국도를 달릴 때 설렘을 안고 가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버지도 말씀하십니다. “좋은 돌을 얻을 때도 좋지만 이렇게 기다리고 설레는 마음이 더 좋은 것이야, 그 맛에 수석을 하는 거지” 라고 정말로 우리 부자는 부전자전인가 봅니다.
아직은 아침공기가 차가울 때 먼저 북벽 쪽을 훑어보았습니다. 영춘에 오게 되면 북벽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돌도 돌이지만 그저 바라만 보아도 가슴속까지 써늘해 지는 남한강의 아름다움이 그립기 때문 일겁니다. 북벽에서 아버지는 일찌감치 매화가지에 눈이 덮인 설화문양 대작을 한 점 하시고 강변에 졸졸거리며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며 어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후에는 읍내 앞 너른 돌밭을 보았습니다. 영춘의 냇가는 정말 가져갈 돌은 적어도 볼 돌은 많은 곳입니다. 다양한 석질에 아기자기한 모습과 문양의 돌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한없는 행복감에 젖어 들게 합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돌은 하지 못하고 재미있는 돌들 실컷 구경만 하였지요. 그리고 돌아올 시간이 되어 발길을 돌리고 있을 때였지요. 발밑에서 제 눈을 확 잡아끄는 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지요. “나두 델꾸가요” 그 돌을 보는 순간 숨이 멈추고 머리털이 쭈뼛 서는 듯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돌이 천하 명석이기 때문이 아니라 며칠 전 무위에서 보았던 정선의 숙암님의 돌과 너무나 흡사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돌은 세상의 하나뿐이기 때문에 가치가 더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닮은 돌이 있다면 그 닮은 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가치를 더하게 됩니다. 그러나 바다돌 중에 모양이 비슷하게 생긴 돌들은 나오기 쉬워도 강돌의 문양석에서 비슷한 문양이 나오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너무나 기쁘고 신기한 것입니다.
숙암님의 돌을 보면서 너무나 귀엽고 앙증맞아서 한참을 보고 혼자 웃었더랬습니다. 아마도 저 녀석이 물고 가는 것은 병아리일 것이라고 또 앞으로 주인에게 지게 작대기로 혼줄 깨나 나겠다고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즐거워하였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돌을 주제로 석제를 한편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숙암님의 돌과 형제지간 아니 쌍둥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았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물고 있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부리도 있고 눈도 달린 것이 영락없는 병아리였습니다.
수석은 인연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과 돌과의 인연, 그런데 수석을 하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돌과 돌과의 인연도 있다는 것입니다. 돌을 가져와서 하나하나를 놓고 볼 때보다 두 점을 같이 놓고 보았을 때 훨씬 더 잘 어울리고 돋보이는 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너희는 수백 키로 이상 떨어진 곳에서 서로 서로 강가를 구르다가 무슨 인연이 닿아서 이렇게 함께 있게 되었니. 참으로 돌과 돌의 인연도 깊은 것이로구나.”하며 말을 걸어 보곤 합니다.
이 돌을 보며 숙암님의 돌은 정선의 어느 골짜기에서 잠들어 있다가 그리고 이 돌은 남한강 영춘에서 잠들어 있다. 비슷한 시기에 각각 다른 이에 의하여 세상에 나오게 되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더욱더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런 돌과 돌과의 인연이 결국은 사람과 사람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그 인연을 더 깊게 만들어 주는 것 이로 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슷한 돌을 나누어 가지고 있는 저와 숙암님의 인연 또한 예사로운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한번 만난적도 또 수인사 한번 나눈 적도 없는 또 멀리서 서로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을 이렇게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역시 돌이 만들어 주는 사람과의 인연 때문이겠지요. 역시 수석도 사람이 먼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돌 자체로는 그리 훌륭한 돌은 아니지만 어떤 명석을 한 것 보다고 기쁘고 행복한 날 입니다.
心安如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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