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
[윤선도]
내 벗이 몇이냐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의 또 더하여 무엇하리.
구름빛이 좋다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좋고도 그칠 뉘 없기는 물뿐인가 하노라.
꽃은 무슨 일로 피면서 쉬이 지고,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는다.
구천의 뿌리, 곧은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러코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취니,
밤중의 광영이 너만한 이 또 있으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