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 19 cm 높이 : 29 cm 입지름 : 13 cm 밑지름 : 10.3 cm
설봉도예 : 경기 여주시 학동1길 42 (오학리 292-9) 031-883-8866 / 설봉 박찬종 010-5270-8866
정중동(靜中動) : 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어학사전) /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움직임 이라는 역설적인 뜻 쉬운풀이로는 조용히 할 일을하는사람에게쓰임
을해추일(乙亥秋日) : 1995년 가을날
설봉도예 / 설봉 박찬종 도예명장
한국문화미술대전 대상수상. / 전통미술공모전 대상수상
경쟁력 떨어뜨리는 가마떼기 없앤 장본인
여주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 째 가업을 지키고 있는 도자기의 명가 설봉도예 박찬종 도예가(50).
그의 호 설봉(雪峰)은 눈 쌓인 봉우리와 같이 깨끗하고 순수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그의 꿈과 포부이다.
박찬종 도예가는 중학교 졸업 후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진학을 포기하고 당시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도자기공장 남문요업에서
공장장으로 일하던 작은 할아버지 아래로 들어가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유명 공방을 돌며 10여년간 도자기를 공부한 그는 1984년 3월,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도자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성형책임자로 근무하던 전 직장의 퇴직금과 소 판 돈을 합쳐 어렵게 설봉도예의 문을 열었다.
박찬종 도예가는 지금까지 23년 간 설봉도예를 이끌면서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으로 1996년에는 경기도로부터
유망 중소기업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국제미술교류전에서 최고작품상을 수상한바 있는 박찬종 도예가는 백자 부분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4년여에 걸친 연구 끝에 탄생한 무광 백자는 흙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무광 백자는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고 그대로 구워낸 도자기로, 흙의 질감이 주는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과 섬세하면서도 화려한 그림이 잘 어우러져 보통의 백자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현재 그의 무광 백자 작품은 미국, 일본, 중동, 대만 등지로 수출되는 등 국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박찬종 도예가는 가마당 얼마씩 받기로 하고 가마채로 상인에게 넘기는 이른바 가마떼기를 없앤 장본인이기도 하다.
가마떼기를 하면 작품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떨어뜨려 도자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박찬종 도예가는 “도자기의 가격은 크기에 따라 매겨지는 것이 아니고,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결정되어져야 함에도 당시 보편적인
도자기 판매 방식이었던 가마떼기는 제대로 된 평가의 기회조차 가로 막았다”며 “
내 작품이 평가조차 받지 못하고 헐값에 팔려나가는데 어느 누가 정성을 다해 도자기를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판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개개의 도자기마다 가격을 책정해 납품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만큼 도자기의 완성도에
더욱 신경을 썼다.
그 결과 작품성도 인정받으면서 제대로 된 가격에 도자기를 납품할 수 있는 거래처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말한다 “여주 도자기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작가 개개인 마다 자기만의 색을 가져야 하며,
끊임없는 연구와 공부를 통해 계속해서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그의 무광 백자도 이러한 노력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도자산업 발전을 위해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후학을 양성하는 것이다.
IMF 이전 4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던 시절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투자해 공방 한 켠에 문하생을 교육하는 팀을 운영하기도 했다는
그는 후학 양성에도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박찬종 도예가는 “현재 여주의 경우 몇 안 되는 업체에서 제공해 주는 똑같은 재료로 도자기를 만들기 때문에
도자기의 질감과 소재가 대동소이하다”며 “도자기뿐만 아니라 화학, 재료공학 등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훌륭한 인재들을
키워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11월 9일 여주시민신문(이성주 기자) 옮긴 글